세계 3대 대형 마트인 미국의 월마트(Walmart), 프랑스의 까르푸(Carrefour Hypermarchés), 영국의 테스코(Tesco)는 모두 한국 시장에 극히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진입하여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결국 한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국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외국 벤처가 한국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창고식 대형 마트인 스웨덴의 이케아(IKEA)와 미국의 코스트코(Costco)는 한국에 들어가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서 성공과 실패의 비결은 얼마나 고객을 존중했나에 있었다.
한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과 1990년대 한국 정부의 유통 시장 개방 정책은 해외 투자가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인구 밀도가 대단히 높은 한국에 당시 대형 할인점이 없었기 때문에 세계 3대 대형 할인 마트가 연달아 한국에 매장을 열었다. 세계 최초로 슈퍼, 할인 판매, 창고 소매업을 결합한 새 아이디어로 탄생한 하이퍼 마트인 까르푸는 세계 32개국에 진출하여 11,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월마트 에 이어 세계 제2 유통 기업이 되었고, 아시아에서는 타이완 다음 두 번째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여 1996년 7월 부천 중동에 매장을 오픈하였다. 1998년 8월, 월마트는 한국의 여섯 개의 미개발 지역을 사들여 서울에 셋, 대전에 하나, 네 개의 매장을 열었다. 각 매장의 면적은 약 2800평 (10,000 square feet)이었다.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직후로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한국의 화폐 가치가 아직도 침체해 있어 외국 투자자들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테스코는 1999년 삼성물산이 1997년 대구 1호점으로 시작한 홈플러스의 경영권을 인수 하였다.
그러면 이렇게 명망 있는 기업들이 좋은 조건 아래에서 자신을 가지고 박력 있게 시작한 이 업체들이 왜 경쟁에 못 이기고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되었을까? 테스코의 경우는 현지 소비자를 고려하고 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임원을 한국 전문가들로 채용하여 잘 운영해 나갔으나 본사의 사정상 팔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두 기업의 사업 부진의 직접적인 요인은 고객 중심의 경영이 아니라 일반적 글로벌 수준에 따른 전략만을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현지 소비자의 생각과 습관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서비스를 생략하고 싸게만 팔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 치명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대형 유통 업자들은 되도록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값을 싸게 하는 전략을 써 왔다. 물론 모든 소비자는 같은 물건이면 더 싸게 사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은 값부터 생각하지 않고 우선 물건의 질과 실용성, 장래성을 고려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면 더 많은 값을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좋은 물건을 사면 우선 쓰는데 편리하고 건강에 좋으며 오래 쓰면 그만큼 더 돈을 낼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경제적인 상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싸구려’라는 인상은 어느 고객도 돌아서게 하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한꺼번에 대량이나 여러 가지를 사서 할인을 받는 것보다는 그때그때필요에 따라 적은 양을 사거나 최고를 사려고 한다.
이 세 업체는 공산품에 더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한국ㅍ 소비자들은 특히 음식 같은 경우 신선도를 따지고 냉동식품 등 가공식품보다 여러 가지 재료를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하든지 신선한 재료를 써서 만든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인들은 호기심이 많고 서구 상품을 선호한다. 한국에서는 잘 찾을 수 없거나 저렴하게 구할 수 없는 외국산 상품을 각자 제공하여 손님을 끄는 전략을 세웠어야 한다. 예를 들어, 까르푸는 문화와 패션의 나라 프랑스의 이미지를 살려 다른 할인 매장과 차별되는 고급성을 보였으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상품 진열에 소홀하게 되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창고 물건에 너무 많이 쌓인 것을 사는 듯 기분을 꺼린다. 아무리 싸더라도 잘 진열된 상품을 더 믿고 사려고 한다. 또한, 진열장의 높이가 서구인 기준으로 되어있고 조명까지 어두워 한국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를 때 불편함을 느꼈다.
한국만큼 선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도 많지 않다. 포장이 좋으면 그 속에 들어있는 상품도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선물로 사는 물건들은 더욱더 그렇다.
한국 소비자들은 재래시장에 가서도 여러 가지 서비스가 있는 데 익숙해져 있어 쇼핑 도중 식사를 하든지 음료수, 간식 등, 나아가서는 오락까지의 편의를 기대한다.
이 대형 유통매장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차를 타고 멀리 가는 것을 주저하는 한국인의 쇼핑 문화에 적합하지 않았다. 특히 주택가에 있으면서 셔틀버스를 운영하며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는 경쟁 국내 할인점과 대조되었다.
저가 판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협력 업체나 거래처에 광고료 등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서구에서는 흔히 하는 일이나, 한국에서는 할인점이 분담하는 한국의 관습을 무시하여 좋은 거래처를 놓치기도 하였다. 공급자와의 거래를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어느 비즈니스에서든지 필수적일 것이다. 또한, 신용카드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오랫동안 안 쓰다가 뒤늦게 쓰기 시작한 것도 최첨단 현대 기술을 사용하는 한국인들의 문화에 거부감을 주었다.
세계적인 유통 업체라는 자부심과 한 번 성공한 방법은 증명된 것으로 어디에서나 적용할 수 있다는 신념이 문제였다. 그 결과 최고 결정권을 현지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에게 주고 그는 그보다도 더 모르는 본사의 지시만 따랐다. 그리하여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물론 사업 자체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대형 외국 할인 유통 업체들은 뒤늦게 여러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에 나섰으나,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이때가 되어서는 한국인들이 이미 정을 뗀 후라 큰 도움이 못 되었다. 외국 기업이지만 친근하게, 편하게 느껴지는 할인점이라는 인상을 주었어야 구제의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한편, 외국 기업이라고 해서, 대형 할인 유통 업체라고 해서 다 한국 시장에서 실패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더욱이, 본사의 비전과 경영 방식을 준수하면서도 한국시장과 한국인의 마음을 산 경우가 있어 비즈니스 세계에 교훈을 준다. 바로 미국 대형 할인 마트 코스트코와 스웨덴의 창고형 대형 가구 매장 이케아의 경우다. 코스트코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지점은 서울 양재점 매장이다. 현재 그 외 12개의 매장이 서울 수도권과 다른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또한, 이케아도 2016년, 한국 광명점이 세계 40여 개국에 있는 300여 매장 중 가장 매출이 높았다.
이 외국기업들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준 것은 한국인 감성에 호소하는 두 회사의 비전과 경영 철학이다. 첫째, 회사가 너무 욕심을 내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더 좋은 물건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제한된 이익을 추구하는 소위 “민주주의적”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회원제를 만들어 공동체 의식을 지양하여 “우리 매점장”이라는 인상을 받게 하는 것이다. 또 코스트코의 경우 너무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몇 가지 선택된 고급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케아의 경우는 스웨덴의 유명한 단순하고 명랑한 스타일과 작은 공간에 도 들어갈 수 있는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가구를 누구에게 공급나할 수 있게 하는 것, 계속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만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현지의 상황에 맞게 노력을 한 보람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매장을 열기 전 오랫동안 철저한 준비 작업을 했다는 데에 그 성공 비결이 있다. 말로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 가정 방문까지 하여 한국인의 취향을 직접 경험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하였다. 그리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세웠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발전과 변하는 유행도 계속 분석하여 다음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결과로 다른 매장에서 제공되지 않는 상품과 아이디어를 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발걸음을 그 매장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