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후배에게,
피나는 노력 끝에 나는 드디어 내가 그동안 꿈에도 갈망했던 대기업 ASA 회사에 취업이 되었어. 그 기쁨을 후배와 제일 먼저 나누고 싶었고 내 경험이 장래 후배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펜을 들었어.
나는 일자리를 구하며, 우선 내가 어떤 직업을 일생 커리어로 선택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 그리고 당장 이상적인 자리를 못 구하더라도 내가 장래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신입 채용 광고를 있는 대로 다 모았어. 그다음, 나 자신의 능력과 취향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았지. 아무리 명성이 있고 매력 있어 보이는 직업이라도 내 전공, 전문 지식과 경험으로는 모자라거나 나한테 재미가 없으면 내가 일하며 무척 불행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 또한, 어디를 가서 일하더라도, 그곳의 분위기가 직장 동료들이 서로 존중해 주고 계속 전진할 기회를 주는 그런 곳이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가능성을 우선 알아보았어. 그리고 제일 일하고 싶은 곳부터 순서대로 지원서를 냈어.
나는 경쟁률이 무척 셀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큰 회사에서 일하기를 원했어. 그 첫 번째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고용 안정성이었어. 일단 취업하면, 회사가 금방 문을 닫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무슨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열심히만 하면 한동안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걱정을 안 해도 될 테니까. 그리고 오래 근무한 후에 은퇴하면 괜찮은 퇴직금도 보장되어 노후에 큰 도움이 될 것도 생각했어. 무엇보다 일하는 범위와 견문이 중소기업하고 비교가 안 되게 계속 넓어질 것 같았어.
그런데 내가 은근히 걱정되었던 것은 학교를 막 졸업하여 어디 취직하여 일한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야. 그리고 내가 전공이 철학이면서 성적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았기에 현실을 잘 모른다는 인상도 줄 것도 같아 자신이 자꾸 없어졌었어.
그러나 보통 인사 채용 과정에서 스펙보다는 인성을 더 중요시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또 한 가지 내가 철저하게 믿은 것은 정말 노력하면 기회가 열리리라는 것이었어. 그래서 회사의 웹사이트는 물론, 회사가 제공하는 채용 설명회에 참석하고 페이스북 온라인 댓글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어.
후배도 잘 알고 있겠지만 큰 회사들은 대개 서류 심사, 간단한 신체 검사, 인·적성 검사, 1차 면접, 2차 면접의 순서를 거쳐 최종 발표를 해. 그런데 요즘은 많은 회사가 공정한 평가를 위해 인적 정보는 모두 블라인드로 (심사위원들이 모르게)하고 심사를 하는 것이 좀 특이했어.
우선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자소서 (자기소개서)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이지. 그러나 나도 어느 선배한테서 들은 말인데,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자소서를 하나를 써서 여기 내고 저기 내지 말라는 것이야. 즉, 지원하는 회사의 종류에 따라 자기 소개도 더 강조할 데가 있고, 어떤 것은 오히려 언급 안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맞춤식 지원서를 작성하라는 것이야. 그래서 그동안 모아 놓은 정보를 다시 보고 각 회사에 맞게 자소서를 번번이 고쳐 쓰는 데 막대한 시간을 썼어.
자소서를 준비하면서, 나는 첫째로 정직하고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과장이나 거짓말을 했다가는 곧 탄로가 날 것이 뻔했고 사실은 내가 그런 걸 잘 할 줄 몰라서이기도 했어. 결과가 어떻든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전념을 다 하며 조금이라도 한 발짝 거기를 향하여 다가가는 데 기쁨을 느낀다고 썼어. 그리고 그것이 나한테 뿐 아니고 다른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 경우 더 신이 나서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지. 정말이니까. 그리고 학교에서도 클래스 프로젝트를 특히 즐기고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제안을 고려하며 같이 하는 걸 좋아했다고 그랬어. 물론 학생들 동아리에 들어가 한 활동도, 학교 다니면서 한 인턴십, 여름 방학에 한 아르바이트, 그 외 교회에서 한 자원봉사도 이야기는 하되, 너무 내 자랑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사회 생활과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을 즐겼고 또 경제적으로 독립은 못 해도 부모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려고 애썼다고 했지. 그리고 외국어를 공부한 이유가 무엇보다 다른 문화에 흥미가 있고 외국어를 사용하여 외국인과 소통을 하면 새 세상이 열리는 듯한 기쁨 때문이라고 썼어. 철학을 전공으로 한 것이 여러 분야에서 인문학적 교육과 지식이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인문학 공부에서 얻는 분석적인 생각과 창의성과 호기심이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어.
그랬더니, 나는 기대 이상으로 몇 군데에서 서류 심사를 통과했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너무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서술, 경험담보다는 구체적이고 진솔한 나 개인의 이야기가 더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어딘가 나를 신뢰하고 내가 친근감과 순수한 박력으로 회사 생활에 여러모로 기여할 수 있다는 느낌을 남들에게 주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내가 현재까지 이룬 결과보다는 배울 용의와 잠재력이 확실히 있다고 보았던 것도 같아.
면접은 아무리 자신이 있는 사람들도 벌벌 떠는 과정이지. 특히 1차 면접은 모든 제출 서류에 대해 질문을 하는 종합 면접이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나는 우선 각 기업체의 핵심가치와 목표가 무엇인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어떻게 내가 거기에 들어가 좋은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어. 그리고 이런 내용을 축약하여 30초, 1분, 2분 길이의 발표문을 준비하고 소리 내 연습하였어. 다음엔, 줄 줄 외워서 읽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하여 차차 그냥 친구나 정말 호기심 있어 물어보는 사람에게 대답하듯 보통 말하는 스타일로 바꾸어 연습했어.
1차 면접은 대부분 회사가 지원자 몇 명을 동시에 하는데 모두 나보다 똑똑하고 자신있어 보여 서 처음에는 정말 긴장했지만, 분위기가 대부분 편안하고 대개 간단한 질문을 해 주어 긴장이 풀리더군. 사실 이것도 무작정 면접에 가는 사람보다는 준비가 된 지원자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연습을 많이 했던 것인데, 과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2차 면접은 임원 면접으로 인성에 더 관심을 두고 하는 듯했고 여전히 편안한 분위기여서 시험같이 느껴지지 않았어.
그래도 워낙 경쟁이 치열하여 몇 번의 고배를 마셨는지 몰라. 그런데 꼭 하나 합격 된 데가 바로 내가 제일 원하던 ASA 회사였어. 이건 정말 기적 같았어. 그러나 하늘도 준비된 사람을 도와주신다는 말씀 같기도 했어.
후배는 나보다 훨씬 공부도 잘 하고 심지도 깊은 것을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하지 않았어? 부디 건투를 빈다.
하여튼 우리 한 번 곧 만나. 아주 좋은 데서 내가 멋지게 쏠게. 오는 주말에 시간이 되나?
2018년 11월 1일
언제나 후배를 생각하는 형으로부터